한라산에 눈이 왔다고 하여, 친구와 눈맞이를 갑니다.
1100도로를 따라 올라가며 친구의 차가 지프인지라, 함박눈이 내리는 길을 올라가
어승생 저수지에서 산록도로를 타고 가다 차에서 내려 첫눈을 맞아봅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억새에,길가의 나무에 조금씩 내려앉는 모습이 겨울의 초상 보다는
첫눈을 맞고 있다는 서정적 감상이 먼저 다가옵니다.
바람은 고요한데,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너무 곱습니다.
올라올때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여기는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첫눈을 맞으러 온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을까요?
수크령에도 함박눈이 내려 앉습니다.
산록도로를 따라 죽 가다보니 지난 일요일 1100도로 올라갔다가 바리메 오름으로 내려오다 만났던 표고버섯장에 들러
벗에게 표고버섯 사 주고 몇 개를 더 사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요량으로 벗에게 좌회전 우회전 하며 길을 재촉합니다.
바리메 오름 입구 모습입니다.
바리메 조금 지나니 무슨 골프장은 아닌데 너른 들판이 나오고 노루 여러마리가 풀을 먹고 있습니다.
참으로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똑딱이로 찍은 것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점으로 보이는 것이 노루입니다. 여섯마리이지요.
이 길을 따라 죽 올라갑니다.
함박눈은 계속 내려오고 차창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은 겨울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 벗의 모습은 조금은 긴장한 듯 한데 제가 조금씩 미안함이 들어가고...
올라갈수록 눈은 쌓여만 가고,
20여분을 계속 올라오니 더이상 안되겠다고 서로 판단하고 다시 차를 돌립니다.
이러다가 꼼짝없이 한라산 자락에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지나온 길에 선명한 트랙이 나 있고 오늘 아무도 지나지 않은 이 길에 벗과 나만이 한라산 자락에 버려져 있는 느낌!
첫눈 보러 왔다가..이제 조금 있으면 더더욱 황당한 일이..
눈은 계속 내리고 표고버섯장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할 줄이야..
가다가 그만 울퉁불퉁한 고랑에 차가 빠져 버렸습니다.
나오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한참을 헤메이는데 눈은 더 내리고..
점점 걱정이 앞서는데 벗이 배짱이 대단합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냐? 그냥 안되면 차 버리고 가면 되지.."
헉 여기서 걸어서 내려 가려면 족히 3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30여분을 사투끝에 간신히 차를 안전하게 나오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벗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버섯 하나 사줄려고 했다가 고립될뻔 했으니 말입니다.
갈수록 눈은 내리고..
다행히 벗의 든든한 배짱 하나로 무사히 길을 내려 옵니다.
그대 아름다운 벗이여!
벗에게 좋은 글 남기며 오늘 하루 보냅니다.
☆ 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
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득 만나고픔에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해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지 않겠는가
부부간이라도 살다 보면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이 있고
피를 나눈 형제간이라도 말 못할 형편도 있는데
함께하는 술잔만으로도 속마음이 이미 통하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마주함에 내 심정을
벌써 아는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을 때 성할 때 이런저런 친구 많았어도
힘들고 어려우면 등 돌리고 몰라하는 세상 인심인데
그래도 가슴 한 짐 툭 털어내 놓고 마주하며
세월이 모습을 변하게 할지라도 보고픈 얼굴이 되어
먼 길이지만 찾아갈 벗이라도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 좋은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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