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수목원 길을 걸었습니다.
인적은 없어 뜸하고 길을 걸어가는 내 모습만이 가로등 불빛에 길게 누워 따라옵니다.
요즘 어려운 경제 상황, 일상의 모습들이 너무나 힘들어 가는 요즘, 나만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는 나만의 노력입니다.
노래 가사가 흘러 나옵니다.
장사익의 찔레꽃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수목원을 돌아 광이 오름 올랐다가 수목원 입구에 이르니, 불빛에 단풍나무의 밤 향기가 전해져 옵니다.
이제는 제 옷을 하나 둘씩 벗어 버리는 벚나무의 앙상한 가지가 불빛에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수목원의 한적한 길을 따라 내려 갑니다.
아무도 없는 수목원 길에 가로등만이 환하게 밤길을 비추어 주고 있습니다.
헐벗은 벚나무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습니다.올 겨울을 나기 위한 몸부림이겠지요.
이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새순이 돋고,뜨거운 열정으로 봄을 맞이 하듯,우리의 삶도 지금은 힘들지만 또다른 삶을 꿈꿀 수 있기에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세상이 힘들고 각박하더라도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나무가 말해 주는 것은 아닌지요.
유대인들이 이야기하듯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겠지."하는 화두를 가지고 생활하듯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버티면 또 새로운 내일이 우리를 맞이하겠지요. 최근에 연예인이 자살을 하고, 투자전문회사의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등 횡횡한
사회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는 최근의 모습에서 안타까운 마음만 앞서고...
수목원을 돌아 나와 입구 주차장에서 마지막 달려 있는 무궁화꽃을 만납니다.
추운데 마지막 가지를 부여잡고 나에게 애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영정사진이라도 남겨 달라는 듯이..
수목원 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길가에 억새가 또 내 발길을 부여 잡고 있습니다.
억새는 벼과의 다년생 식물인 것처럼
지상부는 말라 죽어도 뿌리는 그대로 살아남아 다음 해에 다시 줄기가 나와 꽃을 피우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힘들어도 우리의 꿈,정신은 뿌리처럼 살아남아 오늘을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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