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과 밤길을 걸었습니다.
옛날 어머님이 이웃에 마실 나가듯,밤바람을 맞으며 어두운 감귤농원을 지나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 얘기랑,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오름을 올라갑니다.
이 밤길을 혼자서는 못갈 것 같습니다.시커먼 감귤농장 지날때는 대지가 아직 마르지 않아 질퍽거리기도 하려니와,
불빛이 없어 누군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러나 벗이 있어 든든합니다.
그전에 이 길을 오를때는 달빛이 너무 좋아 달빛을 따라 가다보니 무서움도 모르고 농장을 지나갔는데,오늘은
벗이 없었으면 가지도 못하였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조금 올라가니 오름에 불을 밝혀 놓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고,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오름 중턱에 다다릅니다. 계단을 오르며 오늘은 계단의 수를 정확히 세어야지 하며 오르는데,벗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맞장구를 쳐 주고, 계단의 갯수 세고 하다보니 무슨 오락프로그램의 두가지 일을 하면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하고
지금의 내가 그 퀴즈를 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계단의 갯수는 틀리지 않았다면 256개였습니다.(오라동 민오름 중턱에서 정상까지)
오름 정상에 올라 정자의 불 밝힌 곳에서 큰 날숨을 내쉬며 하루를 돌아보고는 오름 한바퀴를 돌아 나갑니다.
멀리 한라산 중턱의 교육원,어느 절,어느 학교의 불빛이 이 가을밤을 수놓고 있습니다.반바퀴를 돌아 나가면 밤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어선들의
집어등이 현란하게 펼쳐지고 제주시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친구가 한바퀴 더 돌자고 하는데 내가 운동을 먼저 한지라 지치기도 하려니와 건강검진 받기 위하여 점심을 거른지라 벗을 달래어 우리의 접선장소라고 일컫는 "이순이네" 식당으로 향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억새를 만났습니다. 오름 정상에도 중턱에도 이 억세는 있지만 가까이서 사진이 나올 정도의 거리에 있는 억새는 바로 이 억새입니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억새는 누런 갈색의 꽃을 늦가을까지 달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있는 억새를 보며 오늘 나도 얼마나 많이
흔들렸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는 강아지풀입니다.흉년이 들었을때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농작물 대신 심는 구황식물이었는데, 지금은 밭,들,길가 어디에나 이 강아지풀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지요.
우리 제주의 정겨운 돌담을 지나가며,
요번 큰행님과의 자행길에서 큰행님이 제게 숙제를 주셨습니다. 앞으로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각 마을의 팽나무를 테마로 하여 찍어 보라는
이야기를 벗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이 돌담은 울타리로 만들어져 있는 돌담이지만, 자행길 하면서 느낀 정겨운 돌담도 사진으로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2시간 가량을 걸어 돌아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주 한 잔에 그리움이,그리고 벗과의 우정이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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