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6시!
"일어나라.한라산 가서 주목열매 따먹고 오자.미리미리 암 예방도 해야지."
아빠가 소리칩니다.
주목 열매는 "항암제 택솔의 원료"라는 걸 아는 아들이 벌떡 일어나 1분만에 세수도 안하고
옷을 갈아 입고는 "준비 끝" 하고 외칩니다.
엄마는 부시시하고 일어나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더니 그냥 따라 나섭니다.
마지 못해서일까요? 혼자 집에 있는게 무서웠던지, 아님 일어나서 아무도 없는 공간이 싫어서인지
하여튼 아침 새벽공기를 마시며 어리목으로 갑니다.
어리목에 도착하니 아직도 어스름이 끼어 있습니다.
어리목 입구에서 출발!
지금은 잘 정비되어 있는 계곡을 지나니 일부 단풍이 들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계곡 오른쪽에서 본 모습입니다.
본격적인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해발 1200미터 지점에서 본 풍경입니다.
단풍이 아직은 설익은 듯 합니다.(10.12일)
한라산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조릿대.
이 조릿대 때문에 한라산 식생이 파괴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답니다.
1300고지 지점을 통과하면 "송덕수"라는 나무가 우리를 항상 반겨 주었는데,
안타깝게도 작년에 고사가 되어 이제는 입간판도 없는채 서 있습니다.
頌德樹(송덕수)
이 나무는 참나무(물참나무)로 구령 500년이 된 나무인데 정조 18년(1794년)흉년에 집집마다 굶어죽는 사람이 많아
이를 보다 못한 착한 계집종이 초근목피라도 캐어 주인집 식솔들을 살리고자 이곳까지 왔을때 허기에 차 이 나무 밑에서 쓰러졌는데
우박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온 몸이 도토리로 덮여 있어 이를 주워 모아 주인 식구를 구하였고 흉년때마다 찾아가면 도토리가 많이
있어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답니다. 매년 이 나무에 감사의 제사를 올려 그 덕을 칭송하였다는데서 송덕수라 합니다.
이제 조금더 올라가면 1차로 주목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아들에게 응원하고 싶었지만 아들은 벌써 올라가서 보이질 않습니다.
뒤쳐져서 오는 엄마를 모시고 가야 하루가 편해집니다.
해발 1300 이상 올라가니 조금씩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사제비 동산을 만납니다. 이 사제비 동산은 어리목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로 어승생오름과 마주보고 서있는 한라산국립공원내에 위치한 오름으로, 오름 동쪽 등산로변에 등산객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샘이 있습니다.
벌써 올라간 아들은 샘이 있는 곳에서 주목나무 열매와 볼레나무 열매를 먹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숲길을 빠져 나와 처음 만나는 사제비 동산.
아들은 벌써 아버지에게 주목 열매를 내어 놓습니다.
"씨는 독이 있어서 못먹는 거 아시죠. 퉤 하고 내 뱉으셔요. 아버지."
달고 맛이 있습니다. 샘물터에서 목도 축이고 쉬어 가자고 합니다.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하고,이 아침이 상큼함을 이불 속에 있는 사람은 모릅니다.
당근 박차고 일어나서 자연에게 다가 서야지요.
이제 탁트인 하늘과 멀리 한라산의 거대한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발 1500 고지지대입니다.
뒤쪽을 바라보면,
오름들이 서로 마주하거나,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노루오름,붉은 오름, 가운데 쳇망오름 멀리 바리메,노꼬메 오름이 보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또 주목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습니다.
작년에는 이렇게 많이 달리지 않았는데요.
조금 더 올라가면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을 산다는 구상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만세 동산에 이르렀습니다.
만세동산에 이르면 널리 펼쳐져 있는 드라마틱한 모습이 장관을 연출합니다.
멀리 단풍이 익어 갑니다.
똑딱이로 찍은 건데요..그나마 봐줄만 하네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윗세오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멀리 백록담이 보이고,
이제 목적지인 윗세오름까지 다 왔습니다.
가지고 간 김밥과 사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습니다.8시가 조금 넘었네요.
윗세오름에 새로운 시설물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원래 대피소가 너무 낡아서 새 대피소와 화장실을 신축하고 있네요.
우리가 자리를 털고 정리를 할때쯤 우리를 예의 주시하는 놈이 있습니다, 바로 이놈!!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남은 음식 먹을게 없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주위에는 이런 까마귀가 너무 많은데 사람들 무서워 하지도 않습니다.
내려오다 조금전 신축하는 대피소 자재를 싣고 올라오는 트레일러.
내려오다 다시 아들은 뛰어가서 주목을 따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목을 많이 먹으니 암 예방은 되겠지요?...
그렇게 일요일 가을산이 익어 갑니다.
내려오고 나서 주차장에 와 보니 대형 버스들로 초만원을 이루었습니다.
가을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주차장이 마치 중고차 매매시장 같습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말, 아니면 용 같은 형상을 하고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상상 속에 맡기면서 ...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