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소자본 창업 봇물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사업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사행성 게임으로 대변되는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
결국 김씨는 10년 동안 세 개의 유행 사업을 넘나들며 사업을 모색했지만 다 실패한 것이다. 그의 부인 역시 불안한 생계를 위해 미용사, 아파트 관리소 직원 등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현재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는 김씨는 올 추석 고향 부모집에도 못 내려갔다.
위 두 사례만 놓고 봐도 유행 사업을 무조건 좇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요즘 잘나가는 사업 어디 없을까?”에 집착해 수요가 몰리는 곳만 바라다보면 ‘공급 과잉’이라는 시장 악재와 만날 수밖에 없다.
전 재산을 다 털어 모으고 가족 돈, 은행 빚까지 끌어 모아 33㎡(10평) 남짓 가게 문을 열고 1년이 못 가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자영업자는 585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284만1300명 중 25.8%를 차지했다. 1963년 자영업자 통계를 낸 이후 최저치다.
90년대 들어 27%대를 유지하던 자영업자 비중은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99년 28%대까지 높아졌다가 그 뒤 줄곧 감소해 올해 25%대로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라 실직한 직장인들이 대거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영업 비중이 급증하다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이것이 도·소매, 음식·숙박업체들의 폐업과 도산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된 것이다.
반짝 유행사업은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국내 자영업 판도는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체적인 지각변동을 겪었다. 88올림픽 붐을 타고 외국계 라이선스 브랜드가 물 밀듯이 들어온 것. 웬디스, 하디스, 켄터키치킨 등 패스트푸드점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도토루, 자뎅 등의 원두커피 전문점들이 곳곳에 문을 열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난립은 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간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테이블마다 전화기를 올려놓고 한 잔에 5000~6000원 하는 고급 커피 전문점이 생긴 것도 이때쯤이다. 90년대 상승가도를 달리던 외국계 라이선스 브랜드와 ‘고급화’ 매장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다.
외환위기 때 타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곳은 대우자동차가 있던 인천 부평 상권. 화려한 패션 상권이던 이곳은 97년 이후 먹자골목으로 바뀐다. 소자본을 가지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개구이 전문점은 대표적인 외환위기형 창업 아이템이었다. 서민들이 적은 돈을 들고 와 소주 한잔 하면서 애환을 달랠 수 있는 선술집 형태였기 때문이다. 창업컨설팅 전문가인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97, 98년 당시 5000만~6000만원을 들고 와 잘되는 사업이 없겠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개구이 전문점은 채 1~2년을 못 버티고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바닷가에서 수도권 지역까지 생물 조개를 공수해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 적은 자본을 가지고 너도나도 쉽게 뛰어드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일어났던 것. 시쳇말로 세 집 건너 한 곳은 조개구이집이 들어설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경기 침체기에 대박을 터뜨린 또 하나의 유행 아이템으로 소갈비살 전문점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대거 들어오던 시기라 소비자들은 ㎏당 9500원이면 맛있는 쇠고기를 소주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또 우르르 소갈비살 전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갈비살 전문점은 2003년 광우병 파동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무작정 나섰다간 백전백패
2000년 이후에도 반짝 업종들은 꾸준히 새로운 아이템들을 개발해 유행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닭’을 이용한 아이템. 원재료 접근이 쉽고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닭 전문집들은 해마다 ‘찜닭’ ‘간장양념치킨’ ‘불닭’으로 요리 형태만 바뀌며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평균 1~2년 반짝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반짝 아이템이 단명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갑자기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난립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체 프랜차이즈의 50% 이상이 외식업이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외식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랜차이즈 업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신규 매장을 하나 오픈할 때마다 최소 1500만~2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본사 프랜차이즈 업체로서는 신규 개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사방 100m 안에 두세 개 같은 매장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보통 1개 브랜드당 전국에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안동 재래시장에서 소스만 배워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안동 찜닭’ 체인점이 가라앉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계속 잇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처음 먹을 땐 기대하고 가지만 곧 싫증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인근에 비슷한 집들이 생기면 재료나 양념들이 급조되기 때문에 맛은 계속 함량 미달이 되기 쉽다. 맛도 없고 함량 미달의 음식을 계속 찾을 소비자는 없다.
유행업종을 섣불리 따라 하다 망하는 건 지방도 마찬가지다. 충청도 당진 터미널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을 내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6500만원을 지급, 총 7500만원을 들여 저가 치킨집을 오픈한 이향숙(55·가명)씨. 그는 오픈한 지 3개월도 안 돼 문을 닫았다.
한 마리에 5000원짜리 닭을 하루 10마리 정도 파는 날이 계속됐던 것. 이씨는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남들 말에 솔깃해 창업했다 실패한 경우다.
이씨는 “신문 광고를 보고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후 본사 프랜차이즈 사장의 말이 하도 솔깃해 계약을 안 하면 나만 바보 될 것 같아 덜컥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소비패턴을 역행하고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아이템은 오래갈 수 없다”고 당부한다.
이씨의 ‘저가치킨’ 경우도 처음부터 배달 ‘No’, 홀 서비스 ‘No’를 표방하며 오로지 가격파괴에 사활을 걸었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편하게 쉴 때나, 홀에서 동료들과 편하게 먹는 것이 치킨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씨의 저가치킨 영업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무시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스타벅스’나 ‘커피 빈’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맛으로 승부하는 브랜드 말고는 소비자들을 ‘셀프’로 유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역행해 실패한 반짝 업종으론 ‘실내 서바이벌 게임장’을 꼽을 수 있다.
이 업종은 도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숲 속을 찾아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도심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전략이었는데 단명한 아이템의 하나로 기록됐다. 땅값 비싼 강남지역 330㎡(100평)에 3억~4억원을 투자하는 과다한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던 것. 숲 속의 맑은 공기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꿰뚫지 못한 것이다.
반짝 업종의 사이클을 연구해 오히려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 안 할 때 열심히 시작하고 남들이 막 뛰어들 때쯤이면 빠지고 다시 또 다른 유행 업종의 물결을 타는 식이다. 주식시장의 ‘상투 잡는다’는 이야기가 창업시장에서도 통하는 격이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풍을 일으킨 막걸리 주점은 지금도 광주나 부산 등 지방에 가면 문전성시다. 상권 흐름을 보는 안목을 키우면 오히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거나 업종을 갈아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웬만한 베테랑급이 아니면 유행 물결을 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전 재산을 털어 절박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유지하는 일마저 버겁다. 오로지 지금 벌인 사업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최대 목표인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만두 파동 등 외부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경기 흐름을 타는 것을 제외하곤 ‘창업자의 경쟁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장 크게 좌우한다”고 조언한다. 창업자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사업 수완을 펼치다 보면 ‘반짝 사업’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소장은 “자영업자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은 상권 입지, 점포 경쟁력 등 만 가지, 천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업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드가 문제 있다” “주방장 때문에 망했다” “이 동네 수준이 떨어져서 안 먹힌다” 등 외부 핑계를 대기보다는 원인을 본인에게서 먼저 찾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똑같은 업종의 집이 나란히 있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과 파리 날리는 집이 존재하는 건 그 가게 주인의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철수한 반짝 업종들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며 가게를 운영하는 집들이 분명 존재한다. 서울 신촌의 ‘안동하회찜닭’이나, 신림동의 조개구이 전문점인 ‘갯벌에 진주’ 는 자리가 없어 손님을 못 받을 정도로 성황이다.
두 집 모두 ‘손님보다 직원에게 잘하자’‘고객 이벤트를 꾸준히 만든다’‘실내 장식보단 맛으로 승부한다’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반짝 사업’ 아이템이란 용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역 먹자골목에 위치한 ‘춘천집 닭갈비’ 한경길 사장도 직장생활을 하다 자영업으로 전환해 부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0년 만에 5개의 직영 음식점을 운영하며 수십억 재산을 모았다.
한씨는 서울 수유동에서 99㎡(30평) 닭갈비집을 오픈한 이후 6개월간 아내와 가게 바닥에 전기요를 깔고 생활했다. 이를 악문 덕에 장사가 잘돼 1년 후 2층 자리까지 인수 확장, 닭갈비집 바로 앞 목 좋은 곳에 우동집을 오픈했는데 이 역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강남으로 진출해 반포 사거리에 ‘닭 터 한’이라는 닭요리집을 오픈한다.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한동 뼈다귀, 그리고 최근 노원역 앞에 닭갈비와 뼈다귀가 결합한 ‘한경길 닭갈비, 감자탕’을 오픈했다. 현재 70억~8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자영업 재벌이다.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직원을 뽑을 때도 꼭 정직원을 뽑아 주인의식을 키운다든지, 불만을 제시하는 고객에겐 정중히 사과하고 매장에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퍼니(funny)’ 마케팅 등을 전개한 게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단기 유행을 막기 위해 정말 중요한 건 사업 철학을 갖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본사건, 가맹점이건, 개인 창업자건 자기 점포에 대한 철학과 혼을 담지 않으면 번영하는 사업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사업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사행성 게임으로 대변되는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
결국 김씨는 10년 동안 세 개의 유행 사업을 넘나들며 사업을 모색했지만 다 실패한 것이다. 그의 부인 역시 불안한 생계를 위해 미용사, 아파트 관리소 직원 등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현재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는 김씨는 올 추석 고향 부모집에도 못 내려갔다.
위 두 사례만 놓고 봐도 유행 사업을 무조건 좇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요즘 잘나가는 사업 어디 없을까?”에 집착해 수요가 몰리는 곳만 바라다보면 ‘공급 과잉’이라는 시장 악재와 만날 수밖에 없다.
전 재산을 다 털어 모으고 가족 돈, 은행 빚까지 끌어 모아 33㎡(10평) 남짓 가게 문을 열고 1년이 못 가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자영업자는 585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284만1300명 중 25.8%를 차지했다. 1963년 자영업자 통계를 낸 이후 최저치다.
90년대 들어 27%대를 유지하던 자영업자 비중은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99년 28%대까지 높아졌다가 그 뒤 줄곧 감소해 올해 25%대로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라 실직한 직장인들이 대거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영업 비중이 급증하다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이것이 도·소매, 음식·숙박업체들의 폐업과 도산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된 것이다.
반짝 유행사업은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국내 자영업 판도는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체적인 지각변동을 겪었다. 88올림픽 붐을 타고 외국계 라이선스 브랜드가 물 밀듯이 들어온 것. 웬디스, 하디스, 켄터키치킨 등 패스트푸드점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도토루, 자뎅 등의 원두커피 전문점들이 곳곳에 문을 열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난립은 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간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테이블마다 전화기를 올려놓고 한 잔에 5000~6000원 하는 고급 커피 전문점이 생긴 것도 이때쯤이다. 90년대 상승가도를 달리던 외국계 라이선스 브랜드와 ‘고급화’ 매장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다.
외환위기 때 타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곳은 대우자동차가 있던 인천 부평 상권. 화려한 패션 상권이던 이곳은 97년 이후 먹자골목으로 바뀐다. 소자본을 가지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개구이 전문점은 대표적인 외환위기형 창업 아이템이었다. 서민들이 적은 돈을 들고 와 소주 한잔 하면서 애환을 달랠 수 있는 선술집 형태였기 때문이다. 창업컨설팅 전문가인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97, 98년 당시 5000만~6000만원을 들고 와 잘되는 사업이 없겠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개구이 전문점은 채 1~2년을 못 버티고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바닷가에서 수도권 지역까지 생물 조개를 공수해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 적은 자본을 가지고 너도나도 쉽게 뛰어드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일어났던 것. 시쳇말로 세 집 건너 한 곳은 조개구이집이 들어설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경기 침체기에 대박을 터뜨린 또 하나의 유행 아이템으로 소갈비살 전문점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대거 들어오던 시기라 소비자들은 ㎏당 9500원이면 맛있는 쇠고기를 소주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또 우르르 소갈비살 전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갈비살 전문점은 2003년 광우병 파동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무작정 나섰다간 백전백패
2000년 이후에도 반짝 업종들은 꾸준히 새로운 아이템들을 개발해 유행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닭’을 이용한 아이템. 원재료 접근이 쉽고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닭 전문집들은 해마다 ‘찜닭’ ‘간장양념치킨’ ‘불닭’으로 요리 형태만 바뀌며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평균 1~2년 반짝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반짝 아이템이 단명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갑자기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난립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체 프랜차이즈의 50% 이상이 외식업이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외식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랜차이즈 업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신규 매장을 하나 오픈할 때마다 최소 1500만~2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본사 프랜차이즈 업체로서는 신규 개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사방 100m 안에 두세 개 같은 매장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보통 1개 브랜드당 전국에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안동 재래시장에서 소스만 배워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안동 찜닭’ 체인점이 가라앉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계속 잇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처음 먹을 땐 기대하고 가지만 곧 싫증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인근에 비슷한 집들이 생기면 재료나 양념들이 급조되기 때문에 맛은 계속 함량 미달이 되기 쉽다. 맛도 없고 함량 미달의 음식을 계속 찾을 소비자는 없다.
유행업종을 섣불리 따라 하다 망하는 건 지방도 마찬가지다. 충청도 당진 터미널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을 내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6500만원을 지급, 총 7500만원을 들여 저가 치킨집을 오픈한 이향숙(55·가명)씨. 그는 오픈한 지 3개월도 안 돼 문을 닫았다.
한 마리에 5000원짜리 닭을 하루 10마리 정도 파는 날이 계속됐던 것. 이씨는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남들 말에 솔깃해 창업했다 실패한 경우다.
이씨는 “신문 광고를 보고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후 본사 프랜차이즈 사장의 말이 하도 솔깃해 계약을 안 하면 나만 바보 될 것 같아 덜컥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소비패턴을 역행하고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아이템은 오래갈 수 없다”고 당부한다.
이씨의 ‘저가치킨’ 경우도 처음부터 배달 ‘No’, 홀 서비스 ‘No’를 표방하며 오로지 가격파괴에 사활을 걸었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편하게 쉴 때나, 홀에서 동료들과 편하게 먹는 것이 치킨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씨의 저가치킨 영업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무시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스타벅스’나 ‘커피 빈’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맛으로 승부하는 브랜드 말고는 소비자들을 ‘셀프’로 유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역행해 실패한 반짝 업종으론 ‘실내 서바이벌 게임장’을 꼽을 수 있다.
이 업종은 도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숲 속을 찾아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도심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전략이었는데 단명한 아이템의 하나로 기록됐다. 땅값 비싼 강남지역 330㎡(100평)에 3억~4억원을 투자하는 과다한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던 것. 숲 속의 맑은 공기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꿰뚫지 못한 것이다.
반짝 업종의 사이클을 연구해 오히려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 안 할 때 열심히 시작하고 남들이 막 뛰어들 때쯤이면 빠지고 다시 또 다른 유행 업종의 물결을 타는 식이다. 주식시장의 ‘상투 잡는다’는 이야기가 창업시장에서도 통하는 격이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풍을 일으킨 막걸리 주점은 지금도 광주나 부산 등 지방에 가면 문전성시다. 상권 흐름을 보는 안목을 키우면 오히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거나 업종을 갈아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웬만한 베테랑급이 아니면 유행 물결을 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전 재산을 털어 절박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유지하는 일마저 버겁다. 오로지 지금 벌인 사업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최대 목표인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만두 파동 등 외부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경기 흐름을 타는 것을 제외하곤 ‘창업자의 경쟁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장 크게 좌우한다”고 조언한다. 창업자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사업 수완을 펼치다 보면 ‘반짝 사업’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소장은 “자영업자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은 상권 입지, 점포 경쟁력 등 만 가지, 천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업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드가 문제 있다” “주방장 때문에 망했다” “이 동네 수준이 떨어져서 안 먹힌다” 등 외부 핑계를 대기보다는 원인을 본인에게서 먼저 찾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똑같은 업종의 집이 나란히 있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과 파리 날리는 집이 존재하는 건 그 가게 주인의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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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모두 ‘손님보다 직원에게 잘하자’‘고객 이벤트를 꾸준히 만든다’‘실내 장식보단 맛으로 승부한다’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반짝 사업’ 아이템이란 용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역 먹자골목에 위치한 ‘춘천집 닭갈비’ 한경길 사장도 직장생활을 하다 자영업으로 전환해 부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0년 만에 5개의 직영 음식점을 운영하며 수십억 재산을 모았다.
한씨는 서울 수유동에서 99㎡(30평) 닭갈비집을 오픈한 이후 6개월간 아내와 가게 바닥에 전기요를 깔고 생활했다. 이를 악문 덕에 장사가 잘돼 1년 후 2층 자리까지 인수 확장, 닭갈비집 바로 앞 목 좋은 곳에 우동집을 오픈했는데 이 역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강남으로 진출해 반포 사거리에 ‘닭 터 한’이라는 닭요리집을 오픈한다.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한동 뼈다귀, 그리고 최근 노원역 앞에 닭갈비와 뼈다귀가 결합한 ‘한경길 닭갈비, 감자탕’을 오픈했다. 현재 70억~8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자영업 재벌이다.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직원을 뽑을 때도 꼭 정직원을 뽑아 주인의식을 키운다든지, 불만을 제시하는 고객에겐 정중히 사과하고 매장에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퍼니(funny)’ 마케팅 등을 전개한 게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단기 유행을 막기 위해 정말 중요한 건 사업 철학을 갖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본사건, 가맹점이건, 개인 창업자건 자기 점포에 대한 철학과 혼을 담지 않으면 번영하는 사업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실패 줄이는 10대 포인트 1. 나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자(나는 창업형 인간인가?). 2. 시장의 흐름인 업종별, 브랜드별, 상권별 라이프 사이클을 판단하자. 3. 계층별, 연령대별, 성별 목표고객의 소비패턴을 점검하자. 4. 경쟁력 있는 상권과 입지, 점포 선택이 관건이다. 5. 점포계약 전, 브랜드 계약 전 반드시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다. 6.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의 경쟁력을 위한 업체 선정이 중요하다. 7. 음식점이라면 ‘맛’ 이외에 또 다른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8. 성공사례 및 수많은 실패사례를 학습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자. 9. 점포계약 직전, 투자금액 대비 수익성에 대한 사전검증이 필요하다. 10. 실패 및 시행착오에 대한 제2의 대안을 미리 생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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