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벗이 사무실로 찾아와 오름을 가자고 합니다.
"그래 그럼 생일 기념 눈맞이 가자. 근데 어디로 갈꺼나? 한라산 다녀오기는 시간이 안되고,
그래 어승생악이라도 갑주기.."
그래서 길을 나섰습니다.어승생악 다녀온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어승생악은 예부터 명마(名馬)의 산지로 이름난 이곳은
임금이 타는 어승마(御乘馬)가 이 산 밑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어승생(御乘生) 신성(神聖)한 곳이라 하여 얼시심,
몽고식 지명인 어스솜 등
여러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어리목에 도착하니 바람냄새부터가 도시속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목에서 시원함이 넘어가고,탁 트인 풍광이 우리를 사로잡는데..
카메라 렌즈에 티가 묻었네요.
어리목에서 한라산 방향을 보고 포스한 사진들입니다.
이제 어승생악을 향하여 올라갑니다.
아이젠 가져온 것을 친구와 하나씩 오른발에 착용하고 으라샤!!
눈이 많이도 왔습니다. 시내에서 올라가면 눈이 녹지나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이 어승생악에 대한 기록으로,
탐라국서에 보면,
제주에 유배왔다가 목사 변협에 의해 장살당한 보우대사가
"이 몸은 가서, 총이말로 다시 태어나 천하를 달리리라"고 하였는데
그후 효종 때 아니나다를까 큰 총이말이 나오자 조정에서는 이를 보우의 후신이라 하여
베어 죽입니다.그러자 갑자기 청천 벽력이 치면서 날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했다는 기록이
탐라국서에 남아있습니다.
가다보니 나무에 눈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곱습니다.
비자나무에 앉아있는 눈입니다.
계속 걸어 올라갑니다. 올라가면서 벗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등을 두런두런 나누며 올라가는데 벗이 "해 떨어지겠다 머저 올라가 사진이라도 찍어사주기.."
"오우 케이"
다람쥐처럼 후다닥 카메라를 부여 잡고 올라갑니다.
다시 올라가면서 나무와 풀과 바람과 제주조릿대와 마음을 같이합니다
너무나 시원스런 가슴이 ...
이제 조금씩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자 따라오시지요.
정상에 올라가니 여러번 다녀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르지요.
어떨때는 너무나 깨끗한 모습, 화창하고 맑은 모습일때도 있지만 이처럼 바람도 조금 불고 흐린 말에는 산이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승생악의 주변의 화구호입니다.
조금 있으니 벗이 숨이 차는 소리를 하면서도 연신 "어 좋다..어 좋네이 .." 하면서 올라오는데 그 모습
벗하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벗이 어디론가 전화를 합니다.
너무 좋은 풍경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리저리 전화를 하며 자연의 풍광을 소리로 전달합니다.
조금씩 해가 넘어 가고 있습니다.
늘 자연에 숙연해지고 감사함을 이 산에 올때마다 간직하곤 합니다.
오름을 내려 오니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그대가 있어 좋았던 하루,벗이 있어 좋았던 하루
내 생일은 어승생악의 눈맞이로 오래 기억이 남을 것입니다.